
기분이 가라앉으면 입맛도 달라집니다

마음이 축 처지는 날에는 밥맛이 뚝 떨어지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오히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을수록 단 게 자꾸 당긴다고 하시죠.
같은 우울감인데 왜 이렇게 정반대로 나타날까요.
여기에는 뇌의 보상 회로와 스트레스 호르몬이 얽혀 있습니다.
기분이 처질 때 몸은 빠르게 기운을 채우려 하고,
그 손쉬운 방법으로 단맛을 택하는 겁니다.
진료하다 보면 초콜릿이나 빵을 끊기 힘들다는 분들이 꽤 오십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이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왜 하필 단 게 당길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당장 쓸 연료를 찾습니다.
그중 가장 빨리 흡수되는 게 설탕 같은 단순 당분이죠.
단맛이 들어오면 도파민이 잠깐 분비됩니다.
이 순간 기분이 살짝 나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뇌는 이 짧은 보상을 기억했다가 또 찾게 됩니다.
문제는 이게 오래 못 간다는 점입니다.
혈당이 확 올랐다가 급하게 떨어지면
오히려 더 무기력하고 피곤해집니다.
그럼 또 단 걸 찾고, 이 고리가 계속 도는 거죠.
세로토닌이 줄면 탄수화물이 그리워집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습니다.
기분을 안정시키고 식욕에도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몸은 어떻게든 다시 끌어올리려 합니다.
그 방법으로 탄수화물과 단 음식을 찾게 되는 겁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마음의 기운이 가라앉아
비위 기능까지 흔들린 것으로 봅니다.
쉽게 말하면 마음이 지치면 소화와 식욕도 같이 무너진다는 뜻인데,
양방에서 말하는 세로토닌 이야기와 결국 맞닿는 지점이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

단 게 당기는 것과 함께 이런 변화가 겹친다면
단순한 입맛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잠이 갑자기 늘거나 반대로 자꾸 깨는 등 수면 리듬이 흔들린다
- 집중이 잘 안 되고 하루 종일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 먹는 양에 비해 체중이 눈에 띄게 오르내린다
- 이유 없이 의욕이 나지 않고 무기력한 날이 이어진다
한두 가지가 잠깐 있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개가 몇 주씩 겹쳐 이어진다면 한번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생활에서 먼저 손댈 수 있는 것들

단맛의 고리를 끊는 데는 뜻밖에 사소한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혈당을 급히 올리는 흰 빵이나 과자 대신,
현미밥이나 통곡물처럼 천천히 소화되는 탄수화물로 바꿔보는 겁니다.
같은 당분이라도 몸이 받는 충격이 훨씬 완만해지죠.
여기에 규칙적인 수면과 가벼운 산책을 더하면
세로토닌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데 보탬이 됩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 이십 분 걷기만 꾸준히 해도 다릅니다.
다만 이런 우울감과 입맛 변화가
일상을 흔들 만큼 오래 이어진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