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를 치르는 동안 몸은 비상 상태로 버팁니다. 잠과 끼니가 무너진 채 사흘을 서서 견디면 그 시기에는 오히려 정신이 말짱한데, 긴장이 풀린 뒤에 한꺼번에 내려앉습니다. 여기에 애도 자체가 입맛과 잠, 집중을 흔들어 회복이 늦어집니다. 한 달쯤은 흔한 경과지만 체중이 계속 줄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 따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동양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슬픔에 기운이 흩어지고 기혈이 상한 것으로 보아, 끼니와 잠부터 다시 세웁니다.
장례가 끝나고 나서 무너지는 순서

상을 치르는 사흘 동안은 오히려 말짱하십니다. 손님을 맞고 절을 하고 밤새 자리를 지키면서도 견뎌집니다. 잠은 두어 시간씩 눈만 붙이고 끼니는 국밥 몇 술로 넘기시는데, 그때는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또렷합니다.
무너지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삼우제를 지내고 서류를 정리하고 유품을 치우고 나서, 어느 날 아침 몸이 안 일어납니다. 입맛이 통 없고 국물만 겨우 넘기시며,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피곤이 가시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이제 좀 괜찮으냐고 물으십니다. 그 말에 괜찮다고 대답은 하시는데, 실제로는 계단 몇 층에 숨이 차고 밤에 자꾸 깨고 아침이면 어깨가 무겁습니다. 어떤 분은 저녁마다 술로 잠을 붙이기 시작하셨다고도 하십니다.
한 달쯤 이런 시기를 지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이 지나가는 중인지, 아니면 따로 살펴야 할 자리인지는 구분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 선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비상 상태로 버틴 뒤에 오는 소진

양의학에서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설명합니다. 큰일이 닥치면 몸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올려 통증과 피로를 덮고 버티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눌려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올라옵니다.
사흘 동안 벌어진 일도 그대로 남습니다. 수면이 끊기고 끼니가 밀리고 술이 늘고 오래 서 있었던 결과가 소화와 근육, 혈압에 표시가 납니다. 평소 드시던 지병 약을 며칠 거르신 분도 적지 않습니다.
애도 자체도 몸을 흔듭니다. 입맛이 없고 잠이 얕고 집중이 흩어지는 것은 슬픔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다만 사별 뒤 몇 달 동안 심혈관 쪽 부담이 늘어난다는 보고들이 있어, 지병이 있으시면 그 기간을 특히 조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동양의학에서는 감정마다 기운이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오래된 의서는 슬픔이 지나치면 기운이 흩어져 사그라든다고 적었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숨이 짧고 가슴이 텅 빈 듯한 느낌은 그렇게 설명해 온 자리입니다.
지금 어디쯤인지 확인하는 방법

체중부터 재 보십시오. 상 치르기 전과 견주어 얼마나 줄었는지, 지금도 계속 줄고 있는지를 보십시오. 한 달이 지났는데도 계속 빠지는 흐름이라면 그냥 두기 어렵습니다.
끼니는 하루 몇 번 드시는지 세어 보십시오. 밥이 넘어가지 않아 국물이나 커피로 때우고 계신 건 아닌지, 저녁에 술이 늘지는 않았는지 솔직하게 적어 보시면 좋습니다. 술은 잠을 붙이는 것 같지만 새벽에 잠을 깨우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잠도 나눠 봅니다. 잠들기가 어려운지, 잠은 드는데 새벽에 깨어 다시 못 자는지, 꿈이 많고 얕은지에 따라 살피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이 자꾸 늦어지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몸의 신호도 챙기십시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는지, 계단에서 숨이 차는지,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거르고 계신 건 아닌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마음 쪽도 꼭 보셔야 합니다. 아무 흥미가 없고 하루 종일 가라앉은 상태가 두 주를 넘긴다면 따로 도움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무리해서 돌아오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끼니 시각부터 세우십시오. 양이 적어도 좋으니 아침 점심 저녁을 비슷한 시각에 드시는 것만으로 몸이 리듬을 잡기 시작합니다. 밥이 안 넘어가면 죽이나 국에 밥을 말아서라도, 단백질이 들어간 반찬 한 가지는 곁들이십시오.
술은 줄이시는 편이 낫습니다. 잠을 붙이려고 드시는 술이 새벽 잠을 깨우고 다음 날 입맛을 더 떨어뜨립니다. 대신 저녁에는 따뜻한 물이나 차로 바꾸시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고정해 보십시오.
아침에 십오 분이라도 밖에 나가 걸으십시오. 햇빛과 걸음은 잠과 입맛을 같이 되돌리는 데 생각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처음부터 예전 운동량으로 돌아가려 하지 마시고 걷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정리해야 할 일은 한 번에 하지 마십시오. 서류와 유품은 날짜를 나눠 조금씩 하시고, 형제나 배우자에게 나눠 맡기셔도 됩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 애쓰기보다 몸이 버틸 만한 속도로 지나가게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신호는 미루지 마십시오

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듯 아프고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난다면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큰 슬픔 뒤에 심장 쪽으로 부담이 오는 경우가 있어 이 대목은 시간을 다툽니다. 다리가 붓거나 누우면 숨이 더 차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중이 계속 줄고 있거나, 삼키기가 힘들거나, 열이 오르내리는 경우도 검사로 갈래를 잡는 편이 낫습니다. 지병 약을 거르고 계셨다면 혈압과 혈당부터 다시 확인해 두십시오.
마음 쪽도 같은 무게로 보셔야 합니다. 두 주 넘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세상이 온통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바로 도움을 청하십시오. 애도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울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런 신호가 없고 몸이 서서히 돌아오는 중이라면, 저희는 회복의 바탕을 함께 봅니다. 여기서는 경옥고 쪽을 봅니다. 오래 고아 만든 보약으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기력의 바탕을 다지는 쪽을 보며, 소화 사정을 먼저 확인하고 나서 씁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입맛과 잠, 기운이 한 달쯤 흔들리는 것은 흔한 경과입니다. 다만 체중이 계속 줄거나 일상이 굴러가지 않을 정도라면 지나가는 중이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이 어느 쪽인지는 체중과 끼니, 잠을 며칠 적어 보시면 대체로 가늠이 됩니다.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소화가 약을 받아 낼 상태인지, 지금 몸이 채워야 할 자리인지 아니면 정리해야 할 자리인지가 먼저입니다. 끼니와 잠이 아직 무너져 있다면 그것부터 세우고 나서 약을 논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잠드는 것은 도와도 새벽에 잠을 깨우고 다음 날 입맛을 떨어뜨립니다. 애도기에 시작된 반주가 몇 달 뒤 습관으로 남는 경우도 진료실에서 종종 봅니다. 잠이 문제라면 술 대신 잠자리 시각과 아침 햇빛부터 손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주로 장례를 주관하신 분은 잠과 끼니가 가장 크게 무너지고 사람을 응대하는 부담까지 얹힙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몸에 남는 몫이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비교하지 마시고 지금 본인 몸의 상태를 기준으로 챙기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