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이 태어난 뒤 첫째가 안 먹고 밤에 깨는 것은 버릇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자리가 흔들렸다고 느낄 때 몸으로 먼저 나오는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긴장이 이어지면 식욕이 눌리고 잠이 얕아지며, 떼었던 밤 기저귀를 다시 찾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밥상에서 다그치는 대신 언제부터 달라졌는지를 먼저 맞춰 봅니다. 체중이 유지되고 몇 주 안에 돌아온다면 대개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잘 먹고 잘 자던 아이였는데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손이 거의 안 가던 아이였습니다. 밥도 혼자 먹고, 밤에는 눕히면 그대로 아침까지 잤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온 뒤로 저녁마다 밥상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밥은 몇 술 뜨다 말고, 예전에 잘 먹던 반찬도 싫다고 밀어냅니다. 밤에는 열두 시가 넘어 울면서 깨고, 엄마가 아니면 다시 못 잡니다. 어떤 아이는 뗐던 밤 기저귀를 다시 찾고, 어떤 아이는 갑자기 안아 달라며 매달립니다. 말투가 아기처럼 돌아가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산후조리도 아직 안 끝났는데 첫째까지 이러니 부모는 지치고, 결국 큰애한테 언성을 높이게 됩니다. 밤중 수유를 하다 첫째 우는 소리까지 겹치면 어느 쪽부터 가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밤에 잠든 얼굴을 보며 미안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습니다.
아이 몸이 아니라 상황이 먼저 바뀐 것입니다

양방에서는 이런 변화를 발달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퇴행으로 봅니다. 아이에게 동생의 출생은 집 안의 규칙과 관심이 한꺼번에 바뀌는 큰 사건입니다. 긴장이 이어지면 몸에서는 각성 쪽이 올라가 있어 식욕이 눌리고, 잠에서도 깊이 들어가지 못해 자주 깹니다. 배변 훈련처럼 최근에 익힌 기술이 먼저 흔들리는 것도 알려진 흐름입니다. 여기에 부모의 잠이 부족해 반응이 예민해지면 아이는 눈치를 더 봅니다. 옛 의서에는 근심과 놀람이 비위를 상하게 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먹는 것부터 무너진다고 본 것인데, 아이에게서 이 연결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진료를 볼 때는 안 먹는다는 말을 들으면 먼저 언제부터인지를 묻고, 그 무렵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함께 여쭤봅니다. 이사, 어린이집 등원, 그리고 동생의 출생이 가장 자주 나오는 답입니다.
먼저 시점을 맞춰 보십시오

달라진 시점과 집안의 사건을 나란히 놓아 보는 일이 첫걸음입니다. 달력에 동생이 온 날, 어린이집을 옮긴 날, 할머니가 다녀가신 날을 표시하고 아이가 안 먹기 시작한 날을 옆에 적습니다. 그다음은 실제 섭취량입니다. 밥상에서의 태도가 아니라 하루 동안 실제로 들어간 양을 봅니다. 간식과 우유로 배를 채우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세 번째는 체중입니다. 몇 주 간격으로 재어 유지되고 있다면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네 번째는 밤에 깨는 모습입니다. 울면서 깨어 안기면 곧 잠드는지, 놀란 듯 소리치는지, 코를 골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지를 나눠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몸의 문제를 걸러야 합니다. 열이 나는지, 토하는지, 배가 아프다고 하는지, 소변볼 때 아파하는지, 변비가 심한지를 확인하십시오. 야뇨가 다시 생겼을 때는 변비와 요로감염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어 그냥 마음 문제로만 넘기지 않습니다.
밥상보다 먼저 손볼 것은 시간입니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첫째와 단둘이 있는 시간입니다. 길 필요는 없고 하루 십 분이면 됩니다. 동생을 재운 뒤가 아니라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이가 고른 놀이를 함께 하십시오. 이 시간을 매일 같은 때로 정해 두면 아이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밥은 억지로 먹이지 마십시오. 안 먹는다고 다그치면 식탁이 싸우는 자리가 되어 회복이 더 늦어집니다. 양을 줄여 담고 다 먹으면 더 주는 방식이 낫습니다. 간식과 우유는 시간을 정해 끊고, 식사 전 두 시간은 비웁니다. 잠자리는 순서를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목욕하고 책 한 권을 읽고 불을 끄는 식으로 매일 같은 흐름을 반복하면 아이가 예측할 수 있어 덜 불안해합니다. 아기처럼 굴거나 기저귀를 다시 찾을 때 야단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이니까 참으라는 말과 동생을 봐 달라는 부탁은 이 시기에 잠시 접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지나가는 과정과 확인이 필요한 경우

대개는 몇 주에서 두어 달 사이에 조금씩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으면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체중이 줄고 있는 경우, 안 먹는 상태가 두세 달 넘게 이어지는 경우, 밤에 깨는 일이 매일 반복되며 낮에도 늘 처져 있는 경우, 배가 아프다거나 토하는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낮에도 소변을 자주 지리거나 소변볼 때 아파한다면 마음 문제로만 두지 마십시오. 아이가 심하게 위축되어 어린이집에 못 가거나, 동생에게 거친 행동이 반복된다면 상담이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보는 자리는 그 옆입니다. 원래 잘 먹던 아이인지, 잠은 원래 어땠는지, 지금 대변과 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눠 보고 몸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아이 하나만 보지 않고 부모의 잠과 회복까지 함께 여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첫째가 편해지려면 대개 집안 리듬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밥상이 힘겨루기가 되면 안 먹는 기간이 오히려 길어집니다. 굶기기보다 양을 줄여 담고, 간식과 우유 시간을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루 단위로 보지 마시고 사나흘 단위로 실제 먹은 양을 세어 보시면 생각보다 채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분간 채워 주셔도 됩니다. 이 시기에 야단을 치거나 다시 훈련을 시키면 아이가 더 위축되어 오래갑니다. 다만 변비가 심하거나 소변볼 때 아파한다면 마음 문제만은 아닐 수 있으니, 그때는 소아과에서 한 번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예뻐하라는 말보다 네 자리는 그대로라는 확인이 먼저입니다. 형이니까 참으라는 말은 이 시기에 특히 무겁게 들립니다. 하루 십 분이라도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만들어 주시면 그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 쪽에서 먼저 다가갑니다.
상황이 원인이라면 생활을 먼저 손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안 먹는 기간이 길어져 체중이 빠지고 잠까지 얕아졌다면 몸도 함께 봅니다. 여기서는 먹는 힘과 잠, 대변 상태를 나눠 보고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합니다.


